원래 반백수긴 했지만 졸업하고 난 다음에는 온전한 백수로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 김에 예전부터 배우고 싶던 중세 서체를 혼자 연습 중이다. 책 하나는 끝냈고 두 번째 책에 들어갔는데, 특히 두 번째 책은 마음에 들어서 다 끝내고 나서 포스팅 할 예정.



시간이 더 많은 주말에는 아예 텍스트 잡아서 한 장 정도 연습하곤 한다.

요건 gothic textura quadiata. 13, 14, 15세기에 유행한 서체라고 한다. 나는 내 편의를 위해 알아보기 쉽게 썼지만 이 서체는 m이랑 n이랑 i 등이 같은 간격으로 붙어있어서 실제 중세 문헌에서 보면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나도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 갔을 때 제대로 훈련이 안 되어있어서 보기 힘들었는데, 책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그래도 알아볼 수 있었고 알파벳 하나씩 읽었다기 보다는 단어를 알아보는 것에 가까웠다고 한다. 중간에 nobilissimae는 이탤릭체다.

요건 같은 문장들을 좀 더 후반에 유행한 gothic bastarda로 연습한 것. "bastarda"답게 이 서체로 쓰인 글 중에서는 중세 영어들도 눈에 띈다. 좀 더 장식적이라서 그런지 중세 후기 이후로도 쓰인 듯하다.

위 알베르투스 마그누스pseudo-Albertus Magnus의 <여성의 비밀에 관하여De secretis mulierum>의 서문 중 일부이다. 구글북에서 볼 수 있다. https://books.google.com/books?id=bfs9AAAAcAAJ&printsec=frontcover&source=gbs_ge_summary_r&cad=0#v=onepage&q&f=true 요즘 글씨 연습에 푹 빠져있는데 정작 해야할 것들을 안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글을 직접 써보니 오타가 하나라도 생기면 분노로 부글부글 끓고,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의미이해가 빠르다. 위에 오타가 한 두 개씩은 있다. 다만 프린트 된 것과는 글자 표현이 좀 다른 경우도 있어서 헷갈린다. 위의 프린트 본에서는 긴 s와 f가 제일 헷갈렸다.




덧글
과연 그렇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훨씬 후대의 인쇄된 서적에서도 s랑 f였나? 구분이 잘 안 되더군요. 이 게시물의 맨 아래 이미지처럼요. ㅎㅎ
라틴어 책을 구글북으로 보는데, 이런 단어가 있었어? 하고 사전을 찾고 갸웃거리다가 정말 뒤늦게 알았죠...
전 알파벳 필기체는 18-19세기 정도가 취향에 맞는 듯.
프랑스식 필기체가 마음에 들어서 프랑스 어린이용 글씨 연습책을 사놓고도 연습을 안 하고 있네요. (먼 산)
예전에는 코퍼플레이트도 연습해보고 스펜서리안도 해봤는데 웬지 꾸밈이 없고 딱딱한 고딕체가-_- 저와 맞는 것같습니다;; 캘리책은 꽤 많이 사놨는데 저도...(먼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