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연필의 역사 - 헨리 데이빗 쏘로우 by mori

자꾸 내 분야가 아닌 글만, 그것도 아주 가끔 올리게 되는데-_- 요즘 내 커리어의 암흑기 같은 시기라 그렇다 치자 ㅋㅋ 오늘도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옮겨 적다가 재밌는 부분이 나와서 살짝 조사를 해보았다. 관련 내용은 버지니아 울프의 1922년 8월 22일 일기에서 울프가 시드니 워털로(Sydney Waterlow, 1878-1944)란 인물을 평하면서 이 인물이 세련되지 않은 집안의 자제라는 것을 이 인물이 문학을 보는 안목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헨리 데이빗 쏘로우(Henry David Threar, 1817-1862)가 연필공장의 자제였음에도 대단한 문학가였다는 것을 대비시킨 대목이다.






오늘의 진짜 주인공은 아니지만, 시드니 워털로 경. 사진 출처는 영국의 국립 초상화 박물관National Portrait Gallery.





 


시드니와 함께 쏘로우가 거론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말했듯이 버지니아 울프의 1922년 8월 22일 화요일 일기에 워털로와 쏘로우는 함께 등장한다. 아래는 울프 일기의 일불ㄹ 내가 번역한 것.



... 우리는 머리 [Murry]에 대해서 너무 많이 얘기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너무 금욕적이었을 텐데 우리에게는 동등하게 가치를 둘만한 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드니는 그가 문학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의심없이 연필 하나는 집을 수 있겠지만 그가 6자루를 고를 때는 과연 어떨까. 나는 쏘로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쏘로아야 말로 섬세해서 그가 연필을 다루는 방식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시드니가 섬세함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의 할머니는 쥐 잡는 사람의 딸이었고, 그의 할아버지는 인쇄기의 악마였는데 이 두 사실이야말로 시드니가 대놓고 아쉬워하는 것들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 일기에는 다음의 주석이 붙었다.



헨리 데이빗 쏘로우(1817-1862)는 미국 시인, 철학자, 자연주의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메사추세츠의 콘코드에서 연필 공장을 소유했는데 헨리도 관여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쏘로우의 탄생 100주년과 관련해 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TLS, 1917년 6월 12일; Kp C80)





어쨌든 울프의 말은, 쏘로우는 연필 공장 집안에서 태어나 뛰어난 문학인이 되었지만 시드니는 좋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공통적이나 문학을 보는 눈은 없다는 것이다. 그게 연필, 혹은 연필을 다루는 방식으로 우회되어 표현되는 것으로 읽었다.

나는 연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은 없지만...(물론 빈티지 연필은 몇 자루 있긴 하다) 그래도 문구류 전반에 관심이 있기에 이 부분을 재밌게 읽었다. 물론  나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게도 그의 대표작은 월든Walden을 읽지 않았다. 시도는 해봤다.

어쨌든 자연과 벗하면서 문명에서 떨어져있고 싶어했던 그의 철학과는 달리 쏘로우는 당시로 따지면 연필의 최첨단 산업에 있던 사람이라고. 지금이야 연필 뭐 그게 대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좋은 연필이란 유럽에서 들여오는 것이었다고 한다. 

쏘로우는 전보의 문명을 비판했지만 연필의 문명을 비판하지는 않았고, 자신의 저서에서 연필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은 동시에 10년이나 연필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키는데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물론 쏘로우가 노트와 연필을 언제나 들고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그냥 자신의 글을 자연에서 쓰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직접적으로 연필 산업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 헨리 쏘로우의 아버지 존 쏘로우(John Thoreau의 매제인 찰스 던바Charles Dunbar가 1821년에 뉴 햄프셔에서 흑연을 발견해 존 쏘로우와 함께 연필 공장을 세웠고 훗날 헨리 쏘로우는 저급한 흑연에서 더 나은 품질의 연필을 만드는 방식과 연필 생산라인을 발전시키는 데에 공헌을 했다고 한다. 

헨리 쏘로우의 이름이 붙은 잉크를 갖고 있는 것과 더불어, 자연주의자로 기억되는 그가 사실은 연필 생산의 최첨단 라인에 있었다는 게 재밌어서 살짝 발을 담그어 보았다.






쏘로우 가의 연필. John Thoreau & Co. Concord, Mass. Pencil Box, Ca. 1843-45 
Courtesy of The Thoreau Institute and the Thoreau Society, Lincoln, MA


쏘로우 소사이어티Thoreau Society에서 레플리카도 판다.





요건 쏘로우의 이름이 붙은 잉크. 출처는 gouletpens
참고한 싸이트들.


덧글

  • Lon 2018/10/10 15:03 # 답글

    전 시민불복종으로만 기억해서 이런 건 또 재미있네요.
  • mori 2018/10/11 03:00 #

    완전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연필 공장이 꽤 잘 나갔던 모양이에요. 자료를 대충만 보긴 했지만 연필계에서는 그의 연필 개발 업적을 크게 다루려고 하고 자연주의계(?)에서는 그가 그럼에도 떠나서 자연으로 갔다는 걸 부각시키려는 것 같더라구요 ㅎㅎ
  • 진냥 2018/10/11 14:08 # 답글

    저도 월든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지요! 저 연필 탐나네요OTL
  • mori 2018/10/12 00:11 #

    앤틱 연필은 비싸겠지만 레플리카는 괜찮지 않을까요!! 저 호수에 한 번 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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