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진실성과 온전함, 진실한 마음과 온전한 몸의 경계 by mori

오랜만에 블로그를 쓰는 것이라 제목을 좀 얌전하게 지었지만, 내가 관심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전에 처녀성과 진실하다는 표현 사이의 간극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다짜고짜 처녀성 어쩌구저쩌구한다니 내 블로그 컨셉에 참... 잘 맞는군!

계기가 된 것은 현재 단기간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이다. 첫 직장이라고 하기가 무색한 것은 일하는 기간이 단 5개월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내 공부밖에 없다는 점이긴 한데 ㅋㅋㅋ 어쨌든 처음으로 학생 오리엔테이션이 아닌 직원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봤다. 여기가 아무래도 의학쪽으로 전문화된 학교다보니 직원들에게 일할 때의 윤리 같은 것을 많이 강조했는데, 여러가지 덕목을 주고 그 중에서 가장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고르라고 하더라. 뭐 다양성diversity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일단 덕목을 주고 뭐가 떠오르는지 생각해보라더라고.

그 중에 integrity가 있었다.

처음에 이거 보고 든 생각은, 응? 이건 중세 신학에서 성모 마리아의 처녀성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인데? 물론 명사로는 잘 안 쓰이지만 그녀의 몸이 온전하다intact는 것은 성모가 동정녀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최근에 접한 intact는 이거밖에 없어 ㅋㅋㅋ 그래서 홀린 듯이 이 단어를 골라서 이 단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한 조가 되었는데 ㅋㅋㅋ 왜 이 단어를 선택했냐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ㅋㅋㅋ 의사 간호사가 있기에 내 말을 오해할 리는 없지만 그냥 거기에 있는 몇 안되는 인문대 출신으로 그런 것까지 구질구질하게 다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 영어로 integrity는 "진실성"으로 번역되는 것이다. 라틴어로 integritas는 "온전함"으로 주로 번역되는데, 몸의 온전함을 주로 뜻했던 이 단어가 현대 영어에서는 어떻게 "진실함"으로 주된 뜻이 옮겨졌을까, 그 점이 흥미로웠다.


 
Madonna of Humility in Dominicains's church on place des Dominicains in Colmar (Haut-Rhin, France) (1473) by Martin Schongauer

위 그림의 출처는 위키. 중세에 종종 "닫힌 정원Hortus Conclutus"로 묘사되는 동정녀 마리아. 닫혀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상태를 뜻하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몸이 동정의 상태임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 영어의 integrity 뜻을 살펴보자. 

먼저 dictionary.com에 나온 정의다.


명사보다는 확실히 형용사 형태의 intact이  중세의 의미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1번 뜻에 진실하다는 것과 윤리적이고 솔직하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2번 뜻은 온전하다는 뜻이지만 "왕국"이라는 개념적인 예시가 들려있고, 3번에 가서야 구체적으로 물질적인 형상이 있는 예시가 나오고 있다.




형용사형 inteact에 와서야 1번에 물질적으로 온전하고 결함이 없다는 의미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나만 원하나?) 동정의 의미는 4번에 가서야 나온다. 형태가 온전하다는 것을 뜻하는  intact의 의미가 더욱 강조된 intactness라는 단어는 있으나 흔히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Dictionary에 검색한 결과 integrity가 빈도수가 11734였던 반면 intactness는 33에 그쳤다.



그렇다면 라틴어로 integritas라는 단어는 어떨까? LewisShort의 사전을 보자면

가장 처음에 나온 것은 물질적인 의미의 온전함이고, 특히나 몸이 온전하다는 의미가 나오고 있다. 

형용사형인 integer는... 너무 길어서 윗부분만 가지고 온다면


untouched나 intact으로 주로 번역되는 이 단어 역시 물질적인 온전함의 뜻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어원학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본 중세 신학서들에서는 intact이 물질적이고 신체적인 온전함, 특히 동정녀 마리아와 연결되어 설명되는 온전한 몸, 침범되지 않은 몸의 뜻이 대부분이었는데, 생활영어에서 이 단어의 명사형인 integrity가 좀 더 정신적인 덕목인 진실함을 뜻한다는 게 생경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단어인데 갑자기 낯설어지는...!



덧글

  • 다음엇지 2019/06/22 13:33 # 답글

    기다렸답니다! ^^
  • mori 2019/06/23 01:31 #

    앗 오랜만에 왔는데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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