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J1 비자를 받기까지의 험난하지만 평탄했던 과정 2/2 by mori

지난 글을 쓴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_- 방금 학교에서 이제 비자가 끝나기 3개월 전이라고 매우 친절하게 알려와서-_- 얼른 써야지 이러다가 J-1 끝나고 글 쓰겄네 ㅋㅋㅋ

어쨌든 이번 방문 학자가 되고 나서 느낀 것은 역시 미국은 네트워크라는 것이다-_- 한국의 "인맥"하고는 또 다른 개념... 사람을 잘 사귀어놔야한다... 근데 문제는 이게 미국 아카데이마 문화가 아직 낳설고 비백인 여성인 나에게는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 물론 미국 애들도 어려워하는 애들도 많다! 근데 진짜 잘 하는 사람도 있음-_-

어쨌든 아래는 엄청난 스크롤 압박이 있습니다. 살풀이 좀 하고 가겠다.





이 학교에 방문학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작년 여름이었다. 여름에 박사 동기가 집으로 초대해서 여자 셋이서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했는데, 내가 나 다음 달에 비자 때문에 한국 갈 수도 있어 빠빠이~ 이러니까 한 친구는 나에게 얼른 결혼신고부터 하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나에게 어? 나 A 송별파티 갔을 때 무슨무슨 교수를 만났는데 A가 그 학교에 방문학자로 왔으면 좋았겠다고 근데 임용되어서 다른 곳으로 간 거니 잘됐다고 아쉬워했다고 너도 혹시 그 방문학자 지원해보는 게 어떨까? 제안했다.

그 때에 이미 거진 포기한 상태에서 그럴게 하고 심드렁하게 얘기했다. 근데 친구가 바로 다음날그 교수에게 이메일 보내면서 나를 cc로 넣어줬다. 그래서 나도 이메일로 나 누구 친구인데 이런 거 들었어. 혹시 더 알려줄 수 있니? 이렇게 답을 보냈다.

답메일이 몇 달 간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다행히 봉사단체를 구해서 일하고 심적으로 바빴다. 이제 생각해보면 비자 신청하고 뭐 기다리고 지원하고 기다리고 이런 거 할 때는 진짜 뭘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 답메일 안 온 것도 이상하진 않지 어디서 모르는 애가 어디 송별파티에서 직접 만난 것도 아니고 건너건너 얘기 들은 걸 갖고 이메일을 보내나 싶지 않을까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추석 즈음에, 갑자기 현타가 왔다. 이러다가 진짜 졸업하고나서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그런 무력감이 들어, 다시 그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혹시 내가 방문학자에 대해 물어봤는데 내 메일이 갔니? <- 미국 9년째 사는데 답메일이 안 오면 다시 상기시키는게 아직도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는 답메일이 바로 왔다.

그 교수가, 아 나 메일 못 받은 것 같은데 미안하다고 우리 프로그램은 이렇게이렇게 진행하는데 결정은 주로 누가 하고 이런 것에 대해 소상하게 알려줬다. 지금에서야 안 거지만, 학교 메일 확인하려면 학교 내에 있거나 아니면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아야한다. 이게 종합대학만 다닌 나로서는 이렇게 이메일 인증까지 받아야하는 시스템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무래도 이 학교가 의학 위주다 보니 보안을 유지해야하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나에게 연구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게 요구사항에 있다면서 이걸 써서 자기에게 보내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학기 중이라 바쁘지만 12월 중에는 시간이 나니 한 번 캠퍼스에 오라고 했다. 와 그 때서야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연구주제에 대해 글을 써서 보냈고, 그 교수가 보더니 이러이러한 점은 안 좋고 아무래도 미국 사람에게 감수를 받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또 고쳐서 완성했고 이걸 그 교수와 학과장에게 보냈다. 학과장은 일단 굉장히 형식적인 답변을 보냈다.

12월에는 캠퍼스에 놀러갔다. 이미 자신감도 매우 떨어진 상태고, 뭘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매우 긴장하면서 갔는데(캠퍼스 인터뷰도 아닌데!) 그 교수가 너무나 따뜻하게 맞아줬다. 이미 내 연구 주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다시 얘기도 하고, 학과장에게 짧게나마 인사했다. 여기서 희소식을 들었다. 방문교수 중 원래 오기로 한 사람이 한 명 못 오게 되어 자리가 빈다는 것. 아직 아무것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지원해보라고 했다.

그 교수가 차로 학교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개를 시켜줬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이 학교 도서관이 꽤 소장품들이 괜찮았는데 뭔 책을 보겠다고 신청을 하고 간 것은 아니라서 일단 관리자에게 인사만 시켜줬는데, 그 관리자가 갑자기 신이 나서 도서관에서 갖고 있는 전근대 책과 물건들을 꺼내서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도서관의 사서 중 한 명과 함께 셋이서 학교 근처의 식당에 갔다. 심지어 그 교수가 나에게 밥도 사줌 ㅋㅋㅋㅋ 아니 나 이거 진짜 이해할 수가 없는데 ㅋㅋㅋㅋ 저는 지도교수가 저에게 밥을 두 번 사줬습니다 8년 동안 ㅋㅋㅋㅋ 아니 물론 사줄 의무는 없지만, 일단 그 이후에 내가 지도교수에게 밥을 더 비싸게 샀기 때문에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판 모르는 졸업생이 프로그램 문의하러 왔는데 밥까지 사줘 ㅋㅋㅋ 그리고 자기도 외국인이어서 겪었던 비자 문제 등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같이 간 사서도 너무 친절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됨 ㅋㅋㅋ

어차피 방문을 하고 내가 지원한 게 12월이라, 1월 말까지는 방학 때문에 뭐가 진행되지는 않을거라 예상을 했다. 다만 그 학과장이 너무 바빠서 일을 다 못챙길 수도 있다고 교수가 충고를 해줬기에 1월에 메일을 다시 보냈다. 그랬더니 학과장이 이미 내가 보낸 연구주제와 CV를 보내달라고 했다?? 1월 말에 교수회의가 있는데 그 때 얘기하겠다며.

그래서 아 잊을 수도 있지 하고 다시 보냈다 ㅋㅋㅋ 아 한 결과적으로 연구주제와 CV, 세 네 번은 보낸 듯 ㅋㅋㅋ 학과장이 자꾸 까먹어서 ㅋㅋㅋ

6월초에는 내가 OPT가 끝이라 몇 개월 전에는 그래도 뭔가 결정되는 게 보여야할 것 같아서 2월에 다시 문의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학과장이 아 학교는 원래 프로세스가 느려, 기다리렴. 이렇게 답이 왔다. 3월에도 이메일. 여전히 토의 중...

이쯤되니 또 자포자기 심정이 되었다. 아 안 되나보다, 아무래도 정규로 뽑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넣는 게 말은 안 되겠지 싶어서 일단 다른 비자라도 알아봐야하나 싶어서 3월이 끝나가는 어느날, 친구 만나기 전에 이민비자 전문 변호사 상담을 예약한 그 날. 이메일이 왔다. 방문학자에 되었다고. 5개월.

친구 끌어안고 방방 뛰었다. 진짜 포기할 때가 되니까 되는구나!! 

그런데 다시 의문이 생긴 것은 ㅋㅋㅋ 3월 말에 뽑혔다는 메일이 온 건데 4월부터 출근하래 ㅋㅋㅋ 아니 저 외국인이라고요, 저 비자 필요하다구요. 그래서 다시 학과에 답을 해서, 너무 고맙다고 근데 나는 외국인이라 한국 가서 비자를 바꿔야해. 학과에서는 그럼 우리 인터내셔널 오피스랑 확인해볼게, 하고 답메일. 맞아, 너 고국에 가서 비자 바꿔야해.

학과가 이미 합격을 보낸 상태에서 내가 외국인이라고 프로세스를 진행시키지 않을리는 없지만, 여기서 일단 굉장한 불안감을 느꼈다. 비자에 드는 돈을 학교에서 대야할 텐데 물론 이게 학교가 작은 것도 아니고 일단 공립이라 안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역시 외국인이면 불리하구나. 그리고 그 때는 몰랐다. 또 지리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와서 보면 내 프로세스가 굉장히 빨리 된 것인데, 일단 4월1일부터 일하라는 답을 받았기에 내 마음이 더 급했던 것 같다. 학과에서 비자 신청을 위한 서류들을 보내라고 해서 보냈고, 이걸 인터내셔널 오피스와 체크를 한다 그랬는데 그 때부터 또 답이 없었다. 다시 학과에 문의했더니 답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문의했더니 아직 프로세스 중이라고 했다. 학과에 문의하니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답이 없다고 했다.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문의했더니 학과에서 답이 없다고 했다. 학과에 전화를 거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전화했더니 음성사서함. 콜백은 없었다.

여기서부터 빡이 치기 시작함 ㅋㅋㅋ

일단 내 여권 만료가 코앞이라 이걸 지금 바꾸는 게 나은지 아니면 한국 가서 바꾸는게 나은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 영사관에서 빨리 받는 옵션으로 해서 여권 재발급받았다. 목요일에 신청했는데 월요일에 나왔어 ㅋㅋㅋㅋ 미국 여권과 비교가 되지 않는 빠른 속도!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4월과 5월에 각각 다른 주에서 컨퍼런스가 있었는데 내가 만약 비자를 바꾸러 한국에 간다면 컨퍼런스를 포기해야할 가능성도, 혹은 그 도시에서 직접 한국에 가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서류 처리과정에 기약이 없어서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고 일단 두 컨퍼런스 다 참가를 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둘 다 가길 잘한 거였다. 그리고 학과랑 인터내셔널 오피스랑 셋이서 얘기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어느날 그냥 차를 몰고 무작정 학교로 가버렸다. 학과와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말도 안 하고.

학과에 먼저 들어서 일단 웃으며 인사를 했다. 학과조교가 반갑게 인사를 해줬으나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 아직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아 그럼 문제가 인터내셔널 오피스구나? 작별 인사를 하고 일단 인터내셔널 오피스로 향했다. 중간에 길을 잃어서 전화를 했더니,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 원래 자기들은 walk-in은 안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중간에 예약이 비는 시간이 생겼다고, 오라고 했다.

가서 나를 담당한 학교 직원을 만났다. 내 파일을 찾더니, 아직 학과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보내지 않았다고, 학과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고 했다-_- 그래서 내가 너가 필요한 서류가 뭐냐고 물었고, 그 서류들은 내가 갖고 있는 거니까 내가 다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보낼 파일의 목록을 적었다. 또 중요했던 게, 그 학교 직원이 내 오퍼레터와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비교하더니, 임용기간이 5개월이 아니라 4개월로 되어있다고 이것도 확인해야한다고 알려줬다. 또 short-term visa로 되어있는데 이건 연장이 불가하고 6개월만 되니, 내가 만약 J-1을 연장하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 최대 5년까지 늘릴 수 있는 research visa로 신청하는게 나을 거라고, 이걸 학과에 얘기해야한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다시 이 메모를 들고 학과에 갔다. 조교가 조금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요청사항을 전달하니 알았다고 하고 인터내셔널 오피스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다시 집에 와서 인터내셔널 오피스에 내가 가진 서류들을 보내고, 둘 다에게 오퍼 레터에서 수정할 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제서야 내 비자 서류가 시작됨 ㅋㅋㅋㅋㅋ 이렇게 직접 가서 들이밀어야하는 것을, 사립학교만 다녀본 나는 몰랐던 것이다. 공립학교는 워낙 규모가 큰 경우가 많기에 직접 가야한다고. 뒤에 앉아서 직원을 압박해야한다고 ㅋㅋㅋ

그리고 중세 학회 때문에 미시건에 도착한 날, 비자 신청 서류가 왔다 ㅋㅋㅋ 하필이면 왜 ㅋㅋㅋ 그래서 서부미시건대학 기숙사에 앉아서 (발표 준비도 해야하는데!) 한국행 비행기 끊고, 비자 인터뷰 신청하고, sevis fee 냈다. 그리고 미시건에 일요일에 도착했는데 화요일에 한국으로 출발. 목요일에 대사관에 가서 인터뷰. 워낙 내 기간이 짧고 급여가 명확해서 인터뷰도 어렵지 않았고 다음주에 바로 나왔다. 비자서류가 나온 다음부터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고, 이 방문학자가 되기까지 기다림이 나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프로그램문의부터 오퍼레터까지 10개월, 이후로 일 시작까지 2개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비자서류나올 때까지 4개월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에서 신청비용을 안 내는 경우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운이 좋았던 거였다. 이제 또 이 비자, 아니 비자는 길지만 이 학교에서 남은 기간은 3개월인데 또 어떻게 진행이 되려나? 이 비자 끝나고 나면 2년 동안 이 비자는 못 받는데, 즉슨 방문학자, 방문교수, 포닥 이 세 카테고리는 포기해야할 가능성이 큰데 또 어떻게 되려나. 다시 걱정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덧글

  • 핑크 코끼리 2019/08/05 08:20 # 답글

    와... 미국에서 서류처리하는건 정말 뭘하든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것 같아요..ㅠㅠ 제가 읽다가 체할 것 같네요.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으로 전방위적으로 적극적이여야지 뭔가 이루어지는거군요.
    한번 해보셨으니 다음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고생기(?) 잘 읽었습니다.
  • mori 2019/08/05 10:24 #

    아이고 동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뒤에 조언 들은 바로도, 무조건 직접 가여한다더라구요 ㅎㅎㅎ
  • PennyLane 2019/08/05 09:43 # 답글

    어휴.......듣기만 해도 숨이 가쁘네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어느 나라건 학계는 네트워크ㅠㅠㅠㅠㅠㅠ 사람 뽑을 때 전 직장에 전화해서 레퍼런스 체크는 필수니까요. 취직도 이직도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세상........ㅋ
  • mori 2019/08/05 10:26 #

    이게 한국의 인맥보다는 합리적(?)일지도 몰라도 아예 접근조차 차단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동시에 자기한테 비난이 가기 쉬운 관습이에요 ㅠㅠ
  • 2019/08/06 22: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8/08 00: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08/07 20: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8/08 00: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asdf 2019/08/15 06:11 # 삭제 답글

    얼마 안 남은 제 미래네요. 인맥이 중요한 거야 아는데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워요 ㅠㅠㅠㅠㅠ
  • asdf 2019/08/15 06:17 # 삭제

    미국 행정은 역시나 그렇네요. 미국처럼 하는 게 국제표준(?)인지 한국 공무원분들/학교 행정직원분들이 뛰어난 건지...

    그래도 어려운 고비 넘기셨군요. 좋은 날 올 때까지 화이팅입니다!
  • mori 2019/08/15 10:15 #

    저도 그래요 ㅠㅠㅠ 만들기 너무 어려워요 ㅠㅠㅠㅠ 근데 학회든 뭐든 나가다보면 늘기는 느는 것 같습니다 ㅠㅠㅠ 물론 제 만족할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미국은 요즘 더 안 좋아진 것 같고, 유럽도 그렇게 많이 차이는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해요!! 같이 힘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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