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J-1 비자 연장 by mori

지금 있는 곳에서는 원래 5개월 동안 방문학자로 있었고 보험과 급여를 받았는데, J-1 비자는 한 번 완료 되면 2년 동안 다시 J-1을 받을 수 없기에,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J-1 연장을 학과에 요청해보기로 했다. 원래 여기 들어갈 때부터 그러려고는 했는데 막상 지원한 곳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지금 취업을 신청해도 임용이 되는 것은 내년이기에, 어떤 곳들은 J-1 비자만 준다고 하고 취업비자는 꿈도 꾸지 말라길래(-_-) 비급여라도 미국에 남아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오늘 서류를 꾸렸고, 대충 내년 상반기까지는 더 이곳에 있을 수 있겠다.

일단 연장이라도 학교에는 한 달 반 전에는 알렸어야했는데 학과장이 학교에 오지 않는 기간과 겹쳐서 계약이 끝나기 한 달 전에야 부랴부랴 미팅을 잡을 수 있었다. 일단 길게 커버 레터를 작성, 내가 이제까지 여기에서 펀드, 공간, 도서관 이용 등의 혜택을 받아 이제까지 이런 글을 썼고 이런 컨퍼런스에 가서 발표를 하게 되어 학과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학과장의 굳어있는 얼굴을 폈던 것은, 내가 비급여로도 일할 수 있다는 거였다. 어짜피 학과에서는 나를 따로 신경써오지는 않았으므로 별로 마이너스 될 게 없었고, 게다가 내가 내 생계를 책임지겠다니까-_- 그리고 이미 다른 교수한테서 이 자리에 당장 들어올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학과장을 일단 얼마나 펀드가 남아있는지 보겠다고는 했으나, 비급여 얘기에 내가 일단 비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허락했고, 나는 바로 학교에 연장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더 해결할 일이 많았는데 여기서부터 살짝 빡쳤음 ㅋㅋㅋㅋ 최저임금 싱글가구로 계산해 연장한 기간만큼 내가 생계비가 있다는 걸 증명해야했는데 여전히 가난한 나는 한국 통장의 잔고를 냈다. 근데 직원이 정기적금은 현금화하는게 어려운 게 아니냐고 일주일만에-_- 연락이 와서 어무이가 한국 은행에 총 세 번을 가서 잔고증명서를 영어로 떼야했다... 아 농협... 예전에 유학자금 인출해서 올 때 20불짜리로 가져가면 안되겠냐던 농협 ㅋㅋㅋㅋㅋ 어쨌든 은행 잔고 증명 문제때문에 열 받아서, 다시 제출하라는 직원의 이메일 받고 내가 이 학교에서 뜯어낼 것은 뜯어내야겠다 싶어서 (소심하게)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독감예방주사 맞음-_-;;

그리고 보험은... 당연히 학교에서 원래 주던 만큼 좋은 보험을 살 수 없기에 구글로 검색해서 최소한의 J-1 비자 조건을 맞추는 건강보험을 연장기간만큼 따로 구입해서 증명서를 보냈고(여기서 은행잔고가 또 확 깎여서 마상 입음). 모든 서류가 준비되어 바로 학교와 약속을 잡아 다시 같이 서류 검토하고 종료 기한을 바꾸었다. 직원이 나 비급여라는 거 다시 한 번 확인하고 frustrating이라고 그랬음 ㅋㅋㅋ 나도 그래 ㅋㅋㅋ 근데 내가 어디 적이 있어야 여기에서 연구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그러지...

비자 연장은 그래도 잘 되고 있는 와중에, 돈을 못 번다는 생각에(게다가 비자로 이 학교에 묶여있으니 딴 데서 일을 할래도 허락을 맡아야하고 이게 한 달 이상 걸릴 게 뻔함) 동시에 우울한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여기에 있어야하나, 근데 있는 동안 뭘 제대로 연구도 지원도 안 하는 것 같아 더 우울해졌고. 지난주에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여기서 만난 학부졸업생이 취업비자가 자꾸 거절되어서 세 번째 지원하고 안 되면 대학원이라도 가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또 참 신분문제가 어렵구나 생각이 들었다. 결혼한 친구도 취업비자가 자꾸 거절되어서 결국 남자친구와 결혼을 먼저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그 때 친구가 맘고생이 많았던 것 같아서 또 착잡. 아니 미국에 20년 가까이 있었는데 영주권 심사에서 그런 질문들에 시달려야하나 생각도 들었고.

어쩼든 또 한 고비는 넘겼다. 학교 직원은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심지어 속도위반 딱지를 떼어도 학교에 알려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요즘 나는 비자 서류는 맨날 갖고 다닌다. 국경 근처에 갈 일이 있다고 하니 직원이 또 걱정해줬다. 조심하라고.

덧글

  • 꾀죄죄한 하프물범 2019/10/29 18:13 # 답글

    안녕하세요, 올리시는 분야에 과문하여 댓글을 그동안 달지 못했지만 유익한 글 종종 잘 읽고 있었습니다. 궁금증이 생긴 게 혹시 번거로운 절차가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래 엄격해진 정책 때문인가요..? ㅜ
  • mori 2019/10/30 00:08 #

    원래도 번거롭긴 했고 절차가 더 생긴 건 아닌데 요즘 확실히 까다롭게 검토하고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work permit 받는데 기존에 한 달 정도 예상했다면 저는 두 달 넘게 걸렸고 지금은 세 달 정도까지 예상하라 그러고 있고 영주권 신청 시민권 신청 다 늦어지고 있어요;; 중국 친구들은 더 심해서 J-1 비자 거절당하거나 세 배 정도 더 길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꾀죄죄한 하프물범 2019/11/01 22:22 #

    중국인의 경우 미중 분쟁 영향도 있겠군요.. 아무쪼록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ㅜ
  • mori 2019/11/02 11:32 #

    응원 넘 감사합니다~~
  • jgml 2019/11/01 20:39 # 삭제 답글

    아..부디 남은 기간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어요. 전 중국인데요, 정말 외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신분을 얻는다는게 이렇게 힘들지 몰랐습니다. 중국은 일년짜리 비지니스 복수비자가 있었는데 요샌 거의 안해준다고 하더군요. 학생비자가 얼마나 안전(?)하고 편한건지 지나고 나서야 알았어요..재작년까지만 해도 일년에 한번씩 해야하는 비자연장도 귀찮다고 욕했는데, 행복한 불평이었습니다.. ㅠ.ㅠ
  • mori 2019/11/02 11:33 #

    학생 비자가 정말 최고인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운전면허증도 학생때 받은 비자서류로 받은 걸로 계속 지내고 있어요~ 비자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jgml님도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