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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분경이 혈분경이 아니게 될 때 - 피와 더러움으로 가득찬 지옥의 현대 이야기 by mori

오늘 요번 학기에 딱 한 번 있었던 게스트 티칭을 준비하다가 발견한 자료. 워낙 혈분경이야 연구하시는 분도 있고 소개가 잘 되어 있는 블로그 자료도 있지만, 원래 여성의 재생산을 죄로 보아 여성이 이 세계를 더럽힌 피를 지옥에서 마시는 형벌을 받는다는 전통적인 이해 이외에 현대적으로 이를 거부한 사례를 발견되어 일단 간단히 남겨본다. 

오늘의 주인공은 당나라 태종(Taizong, 재위 : 626~649)은 지옥을 방문했다고 알려져있는데 근대에 대만의 한 영매인 양첸(Yang Ts’ien?)에 의해 작성된 지옥 방문기에는 혈분경 ("Blood tray sutra" Xuepen jing)의 원인을 죄를 지은 여성에게서 찾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으로 죄를 지은사람이 가는 곳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매는 1976-1979에 이 여행을 하고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이 기록에 대한 소개는 여기에 자세히 나온다.  



1972년 대만의 Joe Kagle in I-La의 커미션으로 그려진 그림. 완성된 그림은 아니라고 한다.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들이 보인다. 출처는 여기.




이 새로운 지옥 탐험기에 따르면 이 혈분에서 형벌을 받는 것은 재생산에 참여한 어머니들이 아니라, 즉 신체적으로 죄를 지은 여자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피와 더러움으로 가득찬 지옥을 보고 나는 부처와 당 태종, 양첸의 대화로 61장이 일부이다. 영어로 번역된 것을 한글로 옮겨본다. 출처는 여기. 지옥 여행에 대한 전체 글을 볼 수 있다. 혈분경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참고할 것. 지옥 여행의 일부.





양첸:  멀리서 저는 사람들이 가라앉는 걸 봅니다. 몇몇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고 다른 몇몇은 수면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도와달라는 울부짖음이 저에게 닿고 저는 악취를 맡습니다.

당태종: 저것은 오염된 피의 호수다. 보는 것은 끔찍하니 나는 너가 차분하기를 바란다. 더 잘 보기 위해 가까이 가보자.

양첸: 호수로 가는 길을 따라 지옥의 보초들이 자비없이 죄지은 영혼들을 끌고 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당태종: 이들은 그 영혼들을 호수에다 버릴 것이다.

양첸: 우리가 이 호수에 접근할 수록, 피 지린내가 점점 더 어지럽습니다. 죽어가는 영혼들의 격렬한 비명이 제 심장을 조입니다.

보초 대장: 저는 당신이 방문했다는 것에 기쁩니다. 저는 당신이 도착한다는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저를 따라 호수로 가십시다.

양첸: 감사합니다, 대장님. 여기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호수를 따라 멀리 갈 필요는 없겠군요. 저에게 이 영혼들이 지은 죄에 대해 말해줄 수 있습니까?

대장: 물론입니다. 먼저 저는 이 호수의 역사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이 호수는 고통의 다리 근처에 위치해있습니다 - 당신은 이걸 전에 보셨겠지요. 이 다리 아래에는 팔뚝만한 뱀들이 한가득 기어 다니고 있는데 영혼을 뭅니다. 죄를 지은 영혼들은 이 뱀들의 밥으로 이 다리 중간으로 끌려가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집니다. 뱀들은 이들을 낚아채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 삼킵니다. 이 희생양들의 숫자는 너무 커서 이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풍부하게 흘러 이 호수를 만들기에 충분하지요. 이 호수에서 가라앉는 영혼들은 끔찍한 죄를 그들 생에 지었습니다. 

양첸: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대장님?

대장: 당신이 알다시피 죽지 않는 신들은 존경을 받아야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신들을 욕하거나 그들이 비참한 상황, 예를 들어 질병, 나쁜 운, 불운에 놓일 때에 신성모독적인 발언을 합니다. 다른 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 존경할 만한 사람들에게 예의없고 버릇없는 말을 하고 다른 이들을 비방합니다. 이 모든 이들은 심장과 내장이 오염된 자들에 속합니다. 이 카테고리에는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돈으로 거래하는 성매매인들과 모든 말을 욕으로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고 너무 욕정이 과해 그들의 날들을 즐거움 속에서 보내버리고 그들의 몸과 영혼을 더럽히는 사람들, 더러운 것을 먹어 몸을 강하게 하는 자들, 동물과 다른 이들의 피로 컬트와 의례를 행하는 변태적인 교리를 지키는 자들, 성스러운 장소들과 경전들의 성스러운 분위기를 욕보이면서 살아있는 생물을 학살하는 자들을 포함합니다. 이 모든 이들이 죽음 이후에 이 오염된 피의 호수에 가라앉습니다. 

태종: 오래된 전통에 따르면, 애를 낳다가 죽는 여성도 이 오염된 호수에 가라앉도록 벌받는다고 잘못 알려져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과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자연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여성이 그 해산 중에 죽는다면 그녀의 운명은 이미 개탄스러운 것인데 왜 그녀가 오염된 호수에 가라앉아야합니까? 이 희생자의 가족 구성원들은 최대한 많이 자선행위를 해야하고 그녀의 영혼에 게니와 성인들, 신들, 부처의 은총 안에서 평안을 얻도록 해야합니다. 




즉 이제 이 피로 가득찬 호수는 재생산과 관련한 여성의 죗값을 치르는 곳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마음이 오염되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게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는 정확히 따질 수 없지만, 적어도 현대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덧글

  • 남중생 2019/11/08 04:10 # 답글

    맨 마지막 태종의 대사에서 "게니"는 genie, 그러니까 지니(요정? 신선?)이 아닐까요?
  • mori 2019/11/08 12:15 #

    저도 그 생각이 들었는데 미처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genii라고 되어있으니 웬지 맞지 않을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게 번역자의 의역인지 궁금하기도 하더라구요!
  • 남중생 2019/11/08 12:47 #

    보통 중국 쪽 종교 문헌을 그런 식으로 의역하더라구요!
    이런 경전이 있는지는 mori님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네요. 기회가 되면 원문도 찾아보겠습니다 ㅎㅎ
  • mori 2019/11/08 23:34 #

    저도 처음 알았어요!!!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놀라웠어요. 찾아보신다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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