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한국어를 가르치며 by mori

요번 해 초에 잠깐 일했던 경험 덕에 한국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는데 현재 두 명에게 과외를 해주고 있다. 과외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에 이 과외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내가 과외를 하는 까페다 ㅋㅋㅋ 참고로 까페 사장님도 한국사람이고 나랑 동갑이고...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까페가 적당히 조용하고 공부하는 사람, 수다 떠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섞여있어 가기가 좋다. 이제는 직원들이 나에게 한국어로 안녕하냐고 물어보는 정도 ㅎㅎ

한 명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고, 박사 학위도 학교에서 가르친 경험도 있으신 분이다. 굉장히 활동적인 분이시라 스포츠도 열심히 하시고 봉사활동도 하시고 스페인어, 일본어, 불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첫 시간에 왜 한국어를 배우냐고 물었더니 자기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근데 자기 할머니가 한국어를 쓰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데 그건 그것대로 신기하고 하여튼 한국의 복잡한 근현대사랑 얽혀있는 느낌이다. 이 분 자체는 영국인인데 태어난 곳, 사는 곳이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군데에 걸쳐있다가 미국에 정착하신 듯하다.

다른 한 명은 대학생 졸업반. 한국어를 알게 된 계기는 BTS. 나에게 자기가 요즘 다른 그룹에 꽂혀있는 것 같다고 어쩌면 BTS보다 더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을 해왔는데ㅋㅋㅋ 너무 귀엽다. 역시 올해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언어심리학을 아주아주아주 잠깐 배웠을 때에, 언어를 배우는 것과 나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물론 어린 나이에 배울 수록 더 빨리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게 꼭 생물학적 나이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고 나이가 많을 수록 그 언어를 안 쓰고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게 또 맞긴 맞는게 내가 지금 과외를 해주는 나이 있으신 분이나, 내 또래의 친구 같은 경우 한국어에서 한국어 자음 모음을 완벽하게 달달달 외우는 대신, 선생님이 말하는 바를 캐치해서 그 발음을 영어알파벳으로 표기해두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뭐랄까, 이걸 읽는 법을 모르는 상태를 못 견디는 느낌? 이게 단기간에는 언어를 배우는데 효과가 있고 미리 예습을 하면 수업시간에 매우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는 좋은 점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한글 자음과 모음을 외우는 데는 걸림돌이 되었다.

나이가 어린 학생의 경우, 이미 BTS에 대한 열정이-_- 대단해서 한국어를 엄청 열심히 습득한 결과... 한국어 자음과 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고 이중 모음의 경우에도 합당할 정도로 발음을 유추해냈다. 단어에 대한 지식은 좀 얕은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말했던 단어는 내가 말하기만 해도 알아챔-_-

그리고 역시 관심의 정도가 언어를 배우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나이가 있는 학생의 경우, 옷이나 쇼핑 관련으로 가니 급격하게 관심이 하락하고 길 물어보는 데서는 표현도 어렵고 쓸 일도 없어서 그런지 엄청 오래 걸렸다. 솔직히 이제 구글맵을 쓰는데, 한국에서 누가 길 물어보는 건 종교적인 행위에 속한 거 아닌가요;; 나이 어린 학생의 경우 옷에 대한 부분은 아이돌의 옷을 설명하는 것으로 어찌어찌 끌어왔으나 길 물어보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감이 안 잡힌다.

내가 한국어 전공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가르치는 것이지만 한국어를 영어로 가르치면서 느낀 건, 한 번에 언어를 확 배우고 그런 건 없다-_- 내가 라틴어 외우고 그럴때 왜 이 단어는 죽어도 안 외워지는가 했는데 원래 그런 거였어-_-;;; 그리고 똑같은 실수는 또 하라고 있는 거다;;; 내 머릿속에서 이해가 안 되어 저지르는 실수는 또 저지르기 마련이고, 이게 고쳐졌다가도 또 똑같은 실수를 계속 한다. 마지막으로 언어 공부는 매일 해야한다;; 그리고 재미가 붙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어 교재 진짜 말도 안 되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것들이 많다. 가족관계는 왜 또 그렇게 달달달 외우며, 아니 왜 교재에 나오는 여자들은 맨날 쇼핑만 해? 맨날 가방 사고 ㅋㅋㅋㅋ 선물사고 ㅋㅋㅋㅋ 맨날 쇼핑몰에 있고 ㅋㅋㅋㅋ 보면 한숨이 나온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9/11/20 10:23 # 답글

    .... 아빠보면 맨날 늦게오고 ... 언어 가르치는 책도 리뉴얼이 시급한데 한번 만들고 그대로 쭈욱 나가는게 문제죠..
    애기가 배우는 언어책도 보면 라디오가 아직도 나옵니다(....) 엄마 라디오가 뭐야? 그럴때 당황스러움은 저의 몫...

    단어들도 케케묵은게 참 많습니다.
  • mori 2019/11/20 13:44 #

    아이고 진짜 그렇겠네요ㅠㅠㅠ 아니 정장을 왜 남자가 입는 옷으로 설명하는지 도대체ㅠㅠㅠ
  • jgml 2019/11/22 17:48 # 삭제 답글

    저도 중국 선생님께 한국어 가르칠때 교재가 어렵고 재미없어서 난감했어요. 가르치는 사람도 재미없고, 이걸 왜 설명하고 있는지 저도 이해안되고.. 업데이트가 넘 느립니다.
    전 아직도 중국인스러운 작문하려면 멀었다는걸 느껴요. 한국어스러운 표현이 많아서 매번 교정할때마다 빨간색 교정이 빽빽하기만해요. 말씀대로 관심이 있어야 자꾸 찾아보고 느는건데 중국 연예계뉴스나 드라마는 관심 밖이고. 한문이나 파렵니다. ^^
  • mori 2019/12/19 12:19 #

    아이고 한참만에 확인했습니다. 저도 영작이 참 문제입니다... 뭐 아무리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데서 좌절감을 느끼고 노력부터 안 하는게 문제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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