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존잘님께 거대한 연성자료를 받았다...! by mori

라고 제목에는 썼지만 실제적으로는 중세 여성들의 의학 관련 자료를 받았다. 그것도 여섯 박스나...



그 뒤에 있는 박스는 제 책입니다.. 예... 코로나로 책을 아직 오피스에 옮겨놓지를 못 하고 있음(은 핑계)

어쨌든 6박스 + 두 박스의 자료들을 받았는데 아직 이걸 열어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걸 받게 된 경위는... 때는 바야흐로 2019년으로 기억한다. 그때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상 앞에 붙어있기는 했는데 구독되어 있는 중세의학 계정에 모니카 그린, 그 모니카 그린이!! 중세 여성 의학의 선구자이자 현재는 중세 흑사병의 권위있는 연구자인 그 모니카 그린이!!  자기는 이제 안 볼 것 같다면서 중세 여성 수도원과 관련된 의학 자료들이 여섯 박스나 있는데 누가 필요하냐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할 일을 하지 않고 컴퓨터와 놀고 있었던 나는, 아주 잠시, 내가 존잘님의 자료를 받아도 되나 이렇게 미천한 내가 라는 고민을 10초 정도 하고 그냥 지르자!하고 바로 답장을 보내서 내가 받아도 될지 물어봤다.

모니카는 답장이 매우 빨리 와서 당황한 듯했으나 ㅋㅋ 일단 나의 주소를 받아갔고 중세의학 모임에는 이미 자료가 나갔다고 공지를 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코로나 때문에 시간이 빨리, 그리고 느리게 갔던 시점)

올해 초에 내가 이사도 하고 해서, 혹시 모니카가 자료를 보냈는데 중간에 분실된 것은 아닌지 옛날 주소로 가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모니카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료를 보냈냐고 정중히 물어봤다. 그랬더니 모니카가 답장이 와서, 지금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이 자료들을 보내는 데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게 너무 무겁기 때문에 부치는 것은 너무 비쌀 것이라고. 내가 비용을 다 부담하기로 했지만서도.

그러다가 몇 개월이 또 흘렀고, 모니카가 나에게 메일을 보내 자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기 운전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어딨냐고 물어봤다. 뉴저지에 있다니까 자기 가는 길에 있을 것 같다면서, 자료를! 직접! 차로! 실어서! 전달해주겠다고!!!!

아니 나는 너무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그걸 어떻게 싣고 온다는 것이며 여기 들른다고 너무 또 돌아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그냥 부치는 것은 어떠냐 물어봤는데 부치는 것도 너무 무거워서 힘들 것 같다고. 해서 알았다고.

그래서 몇 번의 메일이 오간 끝에 어제 오후에 저 자료들을 받은 것이다.

나는 모니카 그린의 자료를 너무너무너무너무나 열심히 썼고 내 논문에 인용도 잔뜩 해놨지만 사실 모니카 그린과 개인적인 친분은 하나도 없고 저 중세의학 모임 메일이 아니라면 이메일도 따로 보낸 적이 없다. 이번에 만난 것도 처음. 

모니카가 출발한다고 했을 때부터 엄청 긴장하고 같이 사진 찍자 그럴까 무슨 말을 할까 머릿속으로 오만 시나리오를 다 썼는데 막상 만나고 나서는 열심히 상자만 옮기고 너무나 담백하게 안녕!하고 들어와서 으호엉류ㅜ더ㅜㄹ나ㅡㄴ하면서 울었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정신없을 것을 미리 알고, 조그만 가방에다가 마스크랑 간식이랑 고맙다는 카드랑 한국 부채랑 이것저것 다 넣어가지고 겨우겨우 들려보내서 좀 다행. 상자를 풀 정신은 안 나고 일단 따로 있는 자료만 봤는데 세상에.. 직접 손으로 써서 정리한 자료도 있고 엄청난 프린트물들이 있어.. 모니카가 장난(장난이겠지!!)으로, 담에 만날 때는 이거 다 봤을 테니까 그 때 이야기하자 그랬는데 아마 평생 피해다녀야 할 듯^^

모니카가 아마 기억하는 나는, 아마 내 논문을 봤을리는 없고, 내가 저 중세의학 모임에다가 징징댄 거 그거 하나일 것이다. 그 때 하비 때문에 내가 혼자 하우스키핑하던 지도교수 집이 거의 잠길 지경에 이르러 내 책이랑 지도교수 책 다 책상 위로 옮기고, 내가 이제 타지에서 혼자 죽을 수도 있겠다 내가 죽으면 누가 이걸 신고하고 발견하나 그런 절대절명의 시간에 모니카가 아무 생각 없이 보낸 공지글에다가, 그 동안 고마웠다느니 지금 짐이 잠기려고 하는데 내가 너의 책 때문에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느니 그런 유서 같은 글을 모니카한테 보내서 ㅋㅋㅋ 모니카가 걱정말라고 책 젖으면 우리한테 요청하면 다 복사해주겠다고 그렇게 고마운 메일을 받은 것, 그거랑 트위터에서 한 번 대화를 나눈 게 전부이다.

진짜 내가 뭐라고, 이렇게 쓸 글도 다 미루고 늦고 글도 못 쓰는 나에게 이런 자료가 와서 너무 당황스럽지만(내가 요청해놓고도) 일단 이제 애리조나 주립대 소속이 아닌 모니카가 장소 등의 문제와 이제는 주요 관심사가 전염병으로 바뀌었기에 자료들을 갖고 있었던 부담감도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내가 장소가 있으니 맡는다는 느낌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물론 오피스에 옮겨야 하는 책 여섯 상자도 옮기질 못하고 있는데 누굴 부르든지 해서 옮기긴 옮겨야겠다...!

이상 존잘님께 연성자료 받은 이야기 끝!

덧글

  • 남중생 2021/04/30 00:13 # 답글

    오오...!!
  • mori 2021/05/01 11:21 #

    제가 언제 자료들을 펼쳐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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