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두 번째 학기가 끝나고 있다 by mori

정확히 끝난 것은 아니고, 성적 입력 마감이 된다해도 학생들이 클레임 걸 수도 있으니까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채점 끝, 성적입력 끝이다.

이번 학기는 그래도 수업 한 개는 페이퍼 대신 기말을 발표로 돌려서 좀 나으려니 했는데 이게 웬걸, 내가 지난 학기가 어땠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번 학기가 더 빡셌던 느낌이 있다.

물론 이번 학기에는 내가 두 번 초청 강의도 했었고 한 번은 강연도 했었고 한 번은 라운드 테이블도 했었고 한 번은 학회 발표도 했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정말 자주 아팠다. 평생 이렇게 아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난 학기도 감기로 예상되는 증상들은 있었으나 긴가민가하다가 지나갔는데 이번 학기는 감기 + 알러지로 진짜 휴지를 몇 통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하루는 술병이 나서 (전날 발표문 쓰다가 진을 너무 많이 마셔서 만 이틀을 앓아누웠음) 수업 두 개 캔슬했다. 물론 학생들은 좋았겠지만, 내가 학부생일 때도 술병 나서 수업 빠진 적은 없었는데 (물론 술마시다가 수업 안 들어간 적은 있음) 너무 창피했다. 체력이 이렇게까지 소진되는 걸 느낀 적은 처음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학생들도 온라인+대면 병행에 좀 익숙해지고 나도 익숙해져서 그런 방향으로는 스무스했다는 점. 그리고 학생들 중 개별적으로 친분이 좀 생긴 사람이 있었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겠다.

이번 학기도 학생들이 여전히 코로나 관련 등등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성적을 짜게 주지는 않았으나 (채점은 가차없이 함) 내가 그냥 원래 이러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다음 학기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대변 수업으로 다 옮기겠다는 방침인데 과연 그렇게 될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그 비싼 장비들 사놓고 안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나, 이미 그만 둔 총장이 담학기부터는 무조건 대면 수업으로 돌아간다고 강경하게 나선 후 그만 둬서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 

취업 후 두 학기가 지났으니, 물론 여름학기를 가르치겠지만 그래도 학교에 대한 경험이 쌓였어야 할텐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일주일에 한 번 나가고 거의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다보니 내가 과연 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지조차 의심이 가고 있다.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할텐데 워낙 약한 부분에다가 비대면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일단 내가 온 후로 학과장도 다른 학과로 옮기고, 총장 등 학교의 요직들도 다 물러나고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서 잘 모르겠다. 아직 소속감은 전혀 없다. 다만 학과에서 웨비나와 행사를 치르고 나니 아주 조금 학과에 있다는 느낌은 난다. 그리고 인문사회대학에서는 1년차들이 다 씩씩하게 다 잘 하고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길래, 나 혼자 우는 소리를 하면서 월간 이반지하에서 배운 바, 아픈 손가락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은 지난 주에 갔다온 해변 사진으로 마무리. 


덧글

  • 라비안로즈 2021/05/28 16:09 # 답글

    질 지내시나요? 점점 이런 현실이 받아들여지는게 어색하고 ... 무뎌집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
    그리고... 수업을 갑자기 공강처리해주시는 교수님은 사랑입니다. ㅋㅎㅎㅎ
  • mori 2021/06/09 01:33 #

    앗 저 왜 이제야 답글을 본 거죠!!! 공강 저도 학생 때는 좋아했는데!!! 물론 지금도 좋지만 마음이 불편합니다~~

    라비안 로즈님도 가족분들도 건강하시길요!!!
  • 남중생 2021/06/01 18:34 # 답글

    그쵸, 분명 공강 받은 학생들은 땡큐였을 겁니다. ㅎㅎㅎㅎ
  • mori 2021/06/09 01:34 #

    금요일이었으니까 더 좋았겠지만요!!! 미리 알려주지!! 이러면서 부르짖은 학생들도 있었을 겁니다 ㅎㅎ
  • 긁적 2021/06/08 23:59 # 답글

    오. 학위 받으시고 바로 취업하셨나보네요. 역시 능력자!
    그래도 대면수업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온라인 수업은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ㅠ.ㅠ
  • mori 2021/06/09 01:40 #

    앗 바로 취업은 아니고 백수 비스무레하게 2년을 비자 관련으로 보냈습니다만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모든 게 이루어지니 영 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힘은 드는데 소속감은 없고 매우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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